문화 / Culture

농사에서 음식까지 생각보다 많은 ‘설(說)’이 있는 곳

선농단

선농단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31) 선농단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설렁탕은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음식이다. 이 설렁탕의 어원에 관해서 몇 가지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몽골로 고기를 물에 넣고 끓인 음식인 ‘술루’에서 비롯되어서 술루탕이 되었다가 설렁탕으로 변했다는 설, 고기와 뼈를 넣고 설렁설렁 끓였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선농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업을 중요시하게 생각했던 조선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신들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고 적전이라는 밭에서 소가 끄는 쟁기를 잡는 친경이라는 행사를 했다. 이 행사를 구경하러 온 백성들에게 친경에 쓰인 소를 잡아서 대접했고, 선농단의 이름을 따서 선농탕으로 불렸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소를 함부로 도살하지 말라는 우금령까지 내렸던 조선에서 대놓고 소를 잡아서 음식으로 대접했을 리 없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쨌든 설렁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 모르는 선농단은 제기동역 근처에 있다. 1번 출구에서 나와서 야트막한 길로 이어지는 주택가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선농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사직단에서 한 번 겪어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충격이 덜하긴 했지만 선농단 역시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사직단처럼 사방에 홍살문이 있고, 가운데 돌을 두른 제단 하나가 있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조선시대 1년에 한 번 임금이 직접 와서 농사의 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제사를 지내고 전전에서 밭을 가는 행사를 한 이후 구경 온 백성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이 때 대접한 음식이 설렁탕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농사가 중요하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조선시대 내내 지내던 제사의 대가 끊긴 것은 1908년 순종 황제 때였다. 일제 강점기 동안 훼손되었던 선농단은 놀이터 등으로 이용되다가 2009년부터 정비가 되었다. 현재는 흙과 잔디가 있어서 애완견들의 천국이 된 상태다.

‘시간의 방’에서 올려다 본 하늘

‘시간의 방’에서 올려다 본 하늘

2015년에는 선농단 역사문화관이 세워졌는데 특이하게 근처가 아니라 바로 아래에 지어졌다. 지하로 내려가면 선농단의 역사, 그리고 설렁탕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시물이 아니라 ‘시간의 방’이라는 공간이었다. 유리로 된 공간 안에 있는 시간의 방은 위에 있는 선농단의 제단을 뒤집어놓은 형태였다. 그리고 천정이 뻥 뚫려있어서 빛이 들어왔다. 나는 이곳에 서서 한참동안 위를 바라봤다. 선농단이라는 지하의 과거와 하늘에 있는 현재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매주 월요일(발행일 기준) ‘서울 재발견’이란 제목으로 정명섭 소설가가 서울 구석구석 숨어 있거나, 스쳐 지나치기 쉬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보물 같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명섭은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며 역사소설과 인문서 등을 쓰고 있으며, <일제의 흔적을 걷다>라는 답사 관련 인문서를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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